더 킹: 영원의 군주, 평행세계 로맨스가 남긴 것

2020년, 두 개의 한국이 만난 순간

더 킹: 영원의 군주가 방영된 건 2020년이었다. 이민호의 복귀작이라는 것만으로도 화제였는데,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로맨스물치고는 꽤 야심 찬 설정을 갖고 있었다. 대한제국이라는 입헌군주국이 그대로 존속한 평행세계와,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라는 두 세계를 오가는 이야기였다.

황제와 형사, 두 세계의 만남

이곤(이민호)은 대한제국의 황제이고, 정태을(김고은)은 현실의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형사다. 우연히 열린 차원의 문을 통해 이곤이 정태을의 세계로 넘어오면서, 두 세계를 뒤흔드는 음모를 파헤치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판타지 로맨스라는 장르 자체가 흔했던 건 아니라서, 방영 초반에는 설정을 따라가기 벅차다는 반응도 있었다.

설정의 야심과 현실적인 한계

개인적으로는 이 드라마가 세계관의 규모에 비해 회차마다 설명해야 할 정보가 너무 많았다고 느꼈다. 평행세계, 시간 여행, 대한제국의 정치 구조까지 한꺼번에 소화하려다 보니, 로맨스 자체에 집중하고 싶은 시청자에게는 다소 버겁게 느껴질 수 있는 지점도 분명 있었다. 그럼에도 이민호와 김고은의 케미, 그리고 두 세계를 오가는 영상미만큼은 확실히 인상적이었다.

왜 여전히 회자되는가

방영 당시의 호불호와 별개로, 이 작품은 한국 드라마가 얼마나 다양한 장르적 시도를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종종 언급된다. 입헌군주국이라는 가상의 설정을 통해 현대적 감각의 궁중 로맨스를 시도했다는 점, 그리고 이를 위해 실제 조선 왕조의 의전과 복식을 참고해 구현했다는 점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다시 본다면 이렇게 보고 싶다

처음 볼 때는 설정 이해에 신경 쓰느라 놓쳤던 디테일들이, 다시 보면 더 잘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로 볼 때 오히려 로맨스보다 정치 스릴러적인 요소가 더 눈에 들어왔다. 첫 시청에서 설정이 복잡하게 느껴져 중도에 포기했다면, 초반 몇 화만 인내심을 갖고 넘긴 뒤 다시 도전해보길 권하고 싶다. 세계관에 한번 적응하고 나면 그 뒤부터는 훨씬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영상미가 남긴 것

스토리에 대한 호불호와 별개로, 이 드라마의 비주얼적 완성도는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는다. 두 세계를 색감과 톤으로 구분해 보여주는 연출, 그리고 이곤 황제의 의상과 소품 하나하나에 공들인 디테일은 방영 당시 화제가 됐다. 특히 이민호가 입고 나온 코트와 벨트 등 의상이 실제로 완판 행렬을 이어가며, 드라마 밖 소비로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김은숙 작가의 도전

이 작품은 ‘도깨비’, ‘시크릿 가든’ 등을 쓴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에서도 기대를 모았다. 기존에도 판타지적 요소를 로맨스에 접목하는 시도를 여러 번 해왔던 작가가, 이번에는 평행세계라는 훨씬 복잡한 설정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결과적으로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익숙한 로맨스 문법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설정을 계속 시도한다는 점만큼은 꾸준히 인정받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판타지 로맨스라는 장르 자체가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흥행 성적으로 검증되기 쉽지 않은 영역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런 규모의 시도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본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이런 실험적인 작품들이 계속 나와야 다음 세대의 더 완성도 높은 판타지물이 나올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실제 대한제국의 역사, 그러니까 고종과 순종 시기의 근대사에 흥미가 생겼다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허구의 평행세계를 그렸을 뿐인데, 오히려 진짜 역사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했다는 게 이 드라마가 남긴 뜻밖의 효과라고 생각한다.

설정이 복잡하다는 이유만으로 이 작품을 지나쳤다면, 이번 기회에 한 번쯤 다시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결말까지 다 보고 나면, 초반의 혼란스러움이 왜 필요했는지 그제야 이해가 가는 구조라는 것도 다시 보는 재미 중 하나다.

그런 이유로 이 작품은 한 번 보고 마는 드라마보다는, 시간을 두고 다시 꺼내 볼 때 더 진가가 드러나는 작품 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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